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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기

고성과 대학의 도시, 하이델베르크

by idealhuni 2020. 6. 7.

해가 뜨기 전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전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식 메뉴를 보니 항상 같은 음식이 나오는 것 같았다.

요구르트가 적당히 달아 맛있었다.

 

전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호텔 조식.

 

하이델베르크는 쾰른과는 다르게 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했다.

독일 사람들도 FLIX 버스를 많이 이용한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기차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하지만 기차보다 정시성이 떨어지고 개인적으론 좌석이 많이 좁게 느껴졌다.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정도 이동하여 하이델베르크 중앙역의 맥도날드 앞에서 하차하였다.

 

하이델베르크 중앙역. 좌측으로 맥도날드가 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살짝 꼬였다.

중앙역 바로 앞에 여행자 안내소가 있어 그곳에 들려 성까지 향하는 버스 티켓과 지도를 구하는 것이 계획이었지만,

여행자 안내소가 주말이라 열지 않았다.

물론 티켓 머신으로 발권하는 방법도 찾아두었었지만,

아무래도 안내소의 도움을 받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었기에 살짝 당황했다.

독일에서 버스를 이용할 때에는 버스정류장에서 티켓을 미리 구입하거나 버스에 탑승하여 구입하여도 된다.

다만 사용 시 validation을 꼭 하도록 하자.

 

하이델베르크 성의 푸니쿨라 승강장까지 가는 버스 티켓

 

티켓을 사고 나서도 고생은 이어진다.

인터넷 블로그에서 찾은 정류장에서는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차여차 다른 정류장을 찾아보고 구글 지도를 찾아보았지만,

구글 지도가 가리킨 정류장에도 내가 타야 할 버스 번호가 적혀있지 않았다.

그렇게 이 정류장 저 정류장을 떠돌며 한 시간을 넘게 소비했지만

애석하게도 구글 지도가 알려준 정류장이 맞는 곳이었다.

나와 친구뿐만 아니라 중국인과 영국인, 그리고 나중에는 독일인 할머니까지 5명이 정류장 앞에서 이 정류장이 맞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버스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지만, 탑승 후 약 15분 정도의 시간 후에 푸니쿨라 승강장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파는 티켓은 푸니쿨라 탑승과 하이델베르크 성 입장이 모두 가능한 티켓이다.

학생 할인을 받아 4유로에 왕복 푸니쿨라 탑승 티켓을 구입했다.

 

푸니쿨라 탑승장
푸니쿨라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와서 찍은 사진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오자 옆에 성이 보였다.

성의 바깥쪽에서 구시가지를 내려다보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성 초입 부분에서 내려다보는 구시가지
구시가지를 배경으로 한 컷

 

특이하게도, 하이델베르크 성에 가면 무너진 부분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무너진 부분을 보며 무너지지 않은 모습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해보았다.

 

성의 곳곳이 무너진 채로 그대로 있다.

성의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에 프리드리히 5세가 엘리자베스 왕비를 위해 하루 만에 지었다는 엘리자베스 문을 지나갔다.

이 문을 연인과 함께 지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나는 혼자 지나갔다.

 

엘리자베스 문에서 한 컷. 왠지 표정이 씁쓸해 보인다.

 

이후 성 내부로 들어가자 성의 아름다운 내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면서 보이는 큰 건축물은 프리드리히 궁전으로 바로 저곳에 그 유명한 포도주 술통이 있다.

 

앞에 있는 아저씨에게 티켓을 확인받은 후 입장, 입장하면 바로 앞에 시계가 있는 탑이 보인다.
뒤로 보이는 프리드리히 궁전

 

프리드리히 궁전을 바라보고 오른쪽의 건물에는 약재 박물관이 있다.

약재 박물관 내부에는 그 당시 약국이나 약을 만드는 시설 및 창고나 보관함 등 꽤 자세하게 구현해놓았다.

 

약재 박물관 입구.
다양한 종류의 약재
페니실린
약병과 약수저
다양하게 꾸며놓은 약방
약병과 도구들

 

약재 박물관의 관람을 마치고 포도주 술통을 보러 프리드리히 궁전 지하로 이동했다.

이 술통에는 약 22만 리터의 포도주를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봐도 엄청나게 클뿐더러 위로 올라가 볼 수도 있다.

 

엄청난 규모의 포도주 술통
술통 앞에서

 

술통을 보고 뒤로 나오니 이곳에서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보니 별로지만, 실제로 봤을 땐 정말 예뻤다.

강의 상류에 보이는 보
구시가지를 배경으로

 

성 내부 구경을 마치고 내려가려다 좀 더 뒤쪽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부서진 성채
밖에서 본 성
사진에 보이는 곳에 가면 구시가지가 한눈에 보인다.

 

약 20분 정도 걸어가자 성과 함께 구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구시가지와 성을 배경으로

 

날씨가 계속 흐리다가 이곳에 오니 하늘에서 햇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사실 이때가 아직 점심을 먹기 전이라 그냥 내려갈까 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안 왔으면 큰일 날뻔했다.

정원도 천천히 걸어본 후 내려가기 위해 아까 푸니쿨라를 내렸던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아까 들어갔던 입구에 있던 시계가 있는 탑
정원에서

 

내려와서 밥 먹으러 가는 길에 하이델베르크 시청사를 보았다.

이 앞에는 헤라클레스 상이 있는데 도시를 재건한 주민들을 상징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헤라클레스 상은 사진 찍는 걸 까먹어 나중에 다시 찍었다.

 

하이델베르크 시청사
헤라클레스 상과 함께

 

이 날 점심은 슈니첼과 피자를 먹었다.

둘 다 배도 고팠고 피자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컸다.

 

생각보다 컸던 피자
슈니첼
흑맥주와 샐러드
프레첼

 

슈니첼은 전 날 쾰른에서 먹은 것과는 다르게 레몬을 뿌려먹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피자는 그냥 무난한 피자였다.

프레첼은 짭짤했다. 맥주랑 같이 먹다 보면 계속 먹게 될 것 같은 맛이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본격적으로 구시가지 관광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카를 테오도르 다리를 향해 이동했다.

다리의 입구에 있는 카를 문이 보수 공사 중이라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다리 옆의 원숭이상은 볼 수 있었다.

 

원숭이 상에서

 

이 원숭이 상에는 세 가지 전설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네카어강 근처에서 거울을 들고 다니며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원숭이가 있었는데

그 원숭이의 동상을 세워 사람들을 감시하게 하였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쟁 시 원숭이들에게 거울을 나눠줘 그 빛이 반사되어 적들에게 병사가 많아 보이게 했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어떤 귀족이 나이가 들어 늙은 원숭이를 버리자

그 원숭이가 사람들에게 언젠가 늙는다는 의미로 거울로 사람들을 비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원숭이의 거울을 만지면 재운이 따르고,

손가락을 만지면 하이델베르크에 다시 오게 되고,

옆의 쥐를 만지면 자녀를 많이 낳는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위해 찾아 본 내용인데 난 거울을 만지고 있는 걸 보니 재운이 따르려나 보다.

 

카를 테오도르 다리
강의 수위를 표시한 것처럼 보이는 표시
다리 건너편에서
건너편에서 카를 문을 바라보며
다리 위에서 본 하이델베르크 성
다리 위의 자물쇠
다리 건너에서
카를 문을 바라보고

 

카를 테오도르 다리를 구경한 후 성령교회와 예수교회를 보러 이동했다.

성령교회는 마르크트 광장에 있는 교회로 성에서 바라볼 때, 큰 건축물 두 개 중에 앞에 있는 것이다.

마르크트 광장에는 성령교회뿐만 아니라 성모상도 함께 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교회의 바깥쪽에는 상점이 있고

입구 건너편에는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 배경으로 유명한 HOTEL RITTER가 있다.

 

성령교회
성모상
HOTEL RITTER

 

성령교회는 외부처럼 내부도 붉은색이었다.

내부에는 스테인드글라스도 있고, 촛불 켜는 곳도 있고 다른 곳과 달리 특이한 것은 없었다.

1유로를 내고 첨탑 위로 올라가 볼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 중간에 내부의 모습을 2층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성령교회 내부
촛불
스테인드글라스

 

탑으로 올라가는 길은 그 어느 곳보다 좁았다.

올라가고 내려갈 때 마주치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탑으로 올라가는 계단
탑 위에서 바라본 하이델베르크

 

성령교회를 지나 예수교회로 이동했다.

이곳은 성령교회보다는 세련된 외관을 가지고 있고 내부는 하얀색으로 꾸며져있다.

 

예수교회
예수교회 파이프 오르간
예수교회 내부

 

예수교회까지 구경한 후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지나가며 보았다.

사실 점심을 하이델베르크 학생 식당에서 먹어보고 싶었지만, 하필 공휴일이라 아쉽게 가보지 못했다.

남은 시간은 하우프트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며 보냈다.

 

하이델베르크의 어느 거리
하이델베르크의 길거리. 오래전 영화에 나왔다는 zum roten ochsen
크노젤 초콜릿

 

사실 사진의 크노젤 초콜릿을 사 먹으려 했는데 너무 늦게 찾아간 건지, 주말인지 이미 문을 닫았었다.

이것저것 유명한 것은 찾았는데 막상 돌아다니다 보니 잘 생각이 안 났다.

만약 다음에 가게 된다면, 한 번 사 먹어봐야겠다.

 

어두워지자 불이 켜진 카를 테오도르 다리

 

해가 진 후 카를교까지 본 후,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러 돌아갔다.

사실 시간이 좀 남기도 했고, 버스 티켓을 사는 티켓 머신이 보이지 않아 역까지 걸어갔다.

엄청 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다만 낯선 곳에서 어두운 길을 걸으니 살짝 무섭긴 했다.

역에 도착한 후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10분 정도 늦게 왔다.

이미 인터넷에서 FLIX 버스의 악명을 많이 본 터라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 생각하며,

버스에 탑승해 프랑크푸르트까지 빨리 가기를 바라며 쉬었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자 이제 이곳도 마지막이란 생각과 함께 아주 조금 아쉬움이 생겼다.

 

어두운 밤의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이렇게 유럽에서의 첫 도시인 프랑크푸르트에서의 2박 3일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아쉬운 부분들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2박 3일이었다.

특히 쾰른 대성당의 웅장함과 하이델베르크의 전망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