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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기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뮌헨으로

by idealhuni 2020. 6. 7.

겨우 3일 머물렀을 뿐이지만, 왠지 모르게 프랑크푸르트의 호텔에 정이 들었다.

조식을 먹고 짐을 정리하면서 바깥 풍경을 핸드폰에 담아보았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길 한가운데에 트램이 지나다니는 풍경이 아주 인상적이다.

 

호텔에서 바라본 길거리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을 바라보며
프랑크푸르트에서의 마지막 식사

 

천천히 정리를 하던 중, 예상치 못한 메일을 받게 되었다.

우리가 타고 갈 기차가 연착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무려 57분이나.

그래도 이 날은 일정도 빡빡하지 않아 천천히 가면 되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긍정적인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후로도 연착 알림 메일은 두 번이나 더 왔다.

결국 1시간 30분 정도 지연된 끝에 우리는 기차에 탈 수 있었다.

 

하염없이 기차를 기다리며 승강장에서

 

여기에서 연착이 끝이었다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기차에 탑승한 후 한 번 더 생겼다.

갑작스레 나오는 안내방송을 잘 들어보니 우리가 탄 기차가 원래의 종착지인 뮌헨이 아닌,

그 전역인 뉘른베르크까지만 운행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내가 잘못 알아들었길 바라며 반대편에 마주 보고 앉아있는 다른 승객분께 여쭤보니 내가 들은 내용이 맞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기차 취소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마침 차장이 지나가며 무언가 종이를 나눠주고 있었다.

받은 종이는 둘째치고 기차가 중간에 취소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자 차장은

"다음 꺼 아무거나 타고 가세요."

라고 말했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받은 종이에 대해서도 물어보니 기차가 연착된 것에 대한 바우처란다.

이 바우처를 제출하면 연착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기차에서 받은 연착 보상 바우처

 

이 바우처를 자세히 보면 아래 칸에 지연시간에 따라 펀칭을 해주는 칸이 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1시간 이상의 경우 총액의 25%, 2시간 이상의 경우 총액의 50%를 환급해준다.

일단 기차는 뉘른베르크 중앙역에 도착하였고,

기차 연결 편을 알아보기 위해 뉘른베르크 중앙역의 Reisezentrum, 여행자 센터로 향했다.

그곳에 가서 물어보니 친절하게 대체 기차 시간표를 뽑아주며 가지고 있는 티켓을 가지고 타면 된다는 안내를 해주었다.

또한 받은 바우처는 이곳이 아닌 티켓에 적혀있는 최종 도착지인 뮌헨 중앙역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안내도 받았다.

 

뉘른베르크 중앙역에서 대체 편 기차를 기다리며

 

다시 승강장에 올라가 기차를 기다리는데 이게 웬걸, 대체 편 역시 20분 정도 연착이 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살면서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기에 정말 어이없었지만, 이곳 사람들은 익숙한 일인 듯 아무렇지 않아 했다.

어찌 되었든, 대체편 기차에 탑승하여 약 한 시간 후 뮌헨 중앙역에 도착을 하였다.

 

기차에서 내린 후. 왼쪽에 우리가 타고 온 ICE 열차가 보인다.

 

뮌헨 중앙역에 도착하자마자 Reisezentrum을 찾아 나섰다.

이곳은 뉘른베르크와는 다르게 훨씬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거의 40분의 시간을 기다리는데 소모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직원과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아쉬웠던 점이 연착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2시간이 되지 않아 25% 환급밖에 받지 못했다.

마음고생 몸 고생 한 것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참고로 바우처의 앞면에 예약한 기차 번호와 출발, 도착시간을 기입하고

실제로 출발한 시간과 도착시간, 그리고 대체 기차 번호를 기입하면 된다.

뮌헨에 도착한 후 첫인상은 좀 거칠었다.

뮌헨 중앙역의 반대편 끝 출구는 공사를 하여 좁아진 탓도 있지만,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좀 무서웠다.

재빠르게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한 후,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진 계획이지만,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뮌헨에 와서 꼭 가보고 싶었던 장소 중 하나였던 노이에 피나코테크 미술관이었기에 첫날 오후를 전부 이곳에서 보내려 하였지만,

실제로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밖에 관람하지 못했다.

이번 여행 모든 일정을 통틀어 가장 아쉬운 일정이었다.

 

박물관 가는 길
노이에 피나코테크 미술관. 빨리 들어갈 생각에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입장료는 국제학생증을 제시하여 5유로.

로비 옆에는 기념품샵과 지하에는 옷과 가방을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노이에 피나코테크 미술관에는 고흐와 모네, 마네, 구스타프 클림트 등 내가 알 정도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있는 곳이다.

또한 그 유명한 고흐의 해바라기 중 한 점이 이곳에 소장되어 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에곤 쉴레의 죽음의 고통(사투)
에두아르 마네의 뱃놀이
클로드 모네의 La Seine à Argenteuil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 풍경
빈센트 반 고흐의 오베르의 평원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구스타프 클림트의 마르가레테 스톤 보오-비트겐슈타인의 초상
구스타프 클림트의 음악

 

사실 미술적 조예가 거의 없어 그림을 볼 줄 잘 모르지만, 고흐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빠져드는 기분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 되었다.

 

고흐의 해바라기와 한 컷

 

짧고 아쉬운 관람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미리 찾아둔 식당으로 이동했다.

사실 뮌헨에서 유명한 3대 양조장이 있는데 뮌헨에서 머무는 3일 동안 모두 한 번씩 가볼 계획을 세웠었다.

먼저 첫날은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Augustiner keller였다.

 

 

아우구스티너 켈러
식당 내부 모습

 

이곳에서도 역시 난 슈바인학세를 , 친구는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아우구스티너 켈러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는 Edelstoff(에델스토프), 바로 이 맥주를 주문했다.

 

황금빛의 에델스토프 맥주
슈바인학세
슈바인학세 단면
학세와 함께 나온 양배추 절임(사우어크라우트)
스테이크

 

역시 3대 양조장이라 불릴 만큼 맛있는 맥주였다.

맥주에서 보러 향이 느껴지며 부드럽게 넘어가니 정말 먹기 좋았다.

확실히 한국의 맥주보다는 독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맛있어서 그런지 꿀덕꿀덕 넘어갔다.

슈바인학세는 다른 곳과 차별점은 없었지만 무난한 맛이었다.

글을 올리다 보니 다시 먹고 싶어졌다...

뮌헨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끝이 났다.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면서도, 기차가 연착되어 관람을 오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잊히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것이 그래도 여행의 묘미이지 않을까?

나중에 이곳에 다시 와야 할 이유를 한 가지 남기고 왔다고 생각하며 이 날 하루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