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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기

백조가 반겨주는 체코 프라하에서의 하루

by idealhuni 2020. 6. 13.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야간 침대 기차를 타고 이동하며

기차에 타기 전 대형 몰에서 구입한 싸구려 와인을 친구와 한 병 비웠다.

헝가리에서 유명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토카이 와인, 단 맛이 강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너무 싼 와인이라 그런지 별로 달지도 않고 맛도 없었다.

그때같이 산 와인은 집에서 먹었는데 달달하니 맛있었다.

그러고 보니 와인 판매점에서 설명해줄 때 상한 포도로 만든다고 했던 거 같다.

 

집으로 가져가서 마신 와인
기차에서 마신 싸구려 와인

 

와인도 다 마시고, 기차를 타고 가며 정신없이 꿈나라를 헤매는 중,

기차가 도착하기 1시간 전쯤에 기차의 차장님이 문을 두들기며 무언가를 주셨다.

 

자다 깨서 어리둥절하며 일단 받은 봉투
이 안에 아무 맛 안 나고 퍽퍽한 빵이 있다.

 

가장 먼저 일어나서 새벽에 달리는 기차의 창밖 풍경이 보고 싶어

그대로 객실 밖으로 나갔다.

 

달리는 기차에서
마지막 정차역
침대에 앉아서 바라본 마지막 정차역. 옆에 다른 체코 기차가 보인다.

 

사진을 찍고 다시 객실로 들어와 무미건조한 빵을 뜯어 먹고 대충 옷을 입고 짐을 챙겼다.

이 날은 아침에 양치만 대충 하고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돌아다녀서 그런지

사진에서 보이는 내 상태가 평소보다 더 안 좋아 보인다.

역에 도착해서 내린 후, 먼저 환전소로 이동했다.

환전소가 문을 여는 시간이 아마 9시였고, 우리 기차가 역에 도착한 시간이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우리가 타고 온 기차
우리가 탄 객차
기차 이정표
프라하 중앙역 내부
프라하 중앙역

 

전 날 밤, 부다페스트의 호텔에서 미리 체코에 대해 찾아두었는데,

체코 사람들은 체코어를 하면 좋아한다고 하여 몇 가지 간단한 인사말을 미리 외워두었었다.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둔 환전소에 도착한 우리는 잠시 기다리다가 9시가 되어서

두 번째로 환전을 받았다.

이때 무뚝뚝해 보이는 환전소 직원에게 돈을 건네주며

체코 인사말을 건넸더니 네이버에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환율보다 더 좋게 환전을 해 주었다.

처음에 내가 잘 못 받은 줄 알고 다시 물었더니 환전소 직원이 맞는다고 해 주었다.

그래서 사실 모두가 이렇게 잘 받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친구에게 물어보니 내가 더 많이 받은 것이었다.

170 유로를 4440 코루나로 환전 받았다.

프라하에서의 첫날부터 시작이 아주 좋았다.

프라하는 물론 다양한 볼거리도 기대되었지만, 좋은 호텔을 예약한 것도 기대가 되었다.

호텔의 위치도 카를교 바로 근처여서 구경하기도 편했다.

먼저 호텔에 짐을 맡긴 후, 카를교로 갔다.

카를교는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에 있는 다리로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오래된 것뿐만 아니라, 뒤에 보이는 프라하 성과 성 비투스 성당을 바라보면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총 16개의 아치가 받치고 있고, 다리의 양 끝에 있는 탑은 원래 통행료를 받는 곳이었다고 한다.

 

사진의 가장 왼쪽에 보이는 건물 앞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외롭게 홀로 있는 백조
카를교와 뒤로 보이는 프라하 성과 성 비투스 성당
카를교 탑과 옆에 있는 동상
카를교 탑을 배경으로
카를교를 건너며
카를교 위에 있는 장식
카를교를 건넌 후

 

카를교를 건넌 후, 우리는 근처에 있는 존 레논 벽으로 갔다.

이 벽에는 예전에 공산정권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없던 시기에 자유를 노래한 존 레논의 노래를 몰타 대사관 벽에 쓰면서

저항한 것이라고 한다.

대사관은 정부가 마음대로 손댈 수 없는 치외법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존 레논 벽

 

이후 우리는 프라하 성을 향해 이동했다.

프라하 성으로 가다 보면, 성 니콜라스 교회를 만날 수 있고, 성 니콜라스 교회를 지나면 네루도바 거리를 지나게 된다.

성 니콜라스 교회의 입장료는 50 포린트이다.

 

성 니콜라스 교회
성 니콜라스 교회 내부 천장
성 니콜라스 교회 뒤의 성삼위일체 기념비

 

그러고 보니 카를교를 건너서 프라하 성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의 연속이다.

오전이라 힘이 넘칠 때라 다행이지 다른 곳을 먼저 보고 오면 올라갈 때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네루도바 거리를 지나가면 프라하 성이 보인다.

이 앞에 포토존으로 유명한 스타벅스가 있고, 다들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다.

굳이 포토존에 가지 않더라도, 프라하의 멋진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프라하 시내 풍경
스타벅스에서 바라본 프라하 성의 옆면
시내를 배경으로
프라하 성 정문. 근위병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멀리서 바라본 프라하 성.
프라하 성 정문

 

만약 프라하 성에 갈 예정이라면, 12시에 맞춰가면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다.

12시가 되면 저 멀리 어딘가에서 후번 근무자들이 오와 열을 맞춰 걸어온다.

그리고 약 20분 동안 근위병 교대식을 실시한다.

 

프라하 성을 향해 걸어오는 군악대

프라하 성 근위병 교대식

 

멋진 근위병 교대식을 보고 나면, 사람들이 한 번에 입구로 몰리게 된다.

성에 들어가는 입구는 근위병 교대식을 하는 이곳이 아닌, 입구의 왼쪽에 작은 문이 있고,

안에 들어가면 소지품 검사를 마친 후 입장할 수 있다.

 

프라하 성에 들어가는 입구

 

안에 들어가면 관람을 위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우리는 따로 가이드 없이 구경했고, 125 코루나의 입장권을 구입했다(국제학생증 제시 후).

이쪽 출입구로 들어가게 되면, 멀리서도 가장 먼저 보이는 성 비투스 성당을 빠르게 만날 수 있다.

성 비투스 성당은 크기도 크지만, 바로 앞에 다른 건물이 있어 정면 사진을 찍기는 쉽지가 않다.

성 비투스 성당도, 다른 성당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눈길을 사로잡고,

내부에서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장면. 아래의 통로를 통해 성 비투스 성당으로 갈 수 있다.
성 비투스 성당 정면
성 비투스 성당 내부
스테인드글라스
성 비투스 성당
성 비투스 성당을 배경으로
성 비투스 성당 뒤에서

 

하늘을 찌를듯한 고딕 양식의 성 비투스 성당을 지나가면,

둥글둥글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 토마스 성당을 발견할 수 있다.

 

성 토마스 성당 내부

 

성 토마스 성당까지 모두 본 후, 뒤편에 있는 소호 거리로 이동했다.

이곳은 굉장히 작은방들이 모여있는데 다양한 병기구와 옛날 거주지를 복원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여기서 석궁을 쏠 수 있어서 한 번 시도해봤다.

 

공방을 재현해 놓은 곳
다양한 플레이트 아머와 병기구
고문 도구
작은방
의복들
거주 지역. 굉장히 좁았다.
지하 감옥 입구에서

프라하 성에서 석궁 체험

 

표적지를 옮길 때, 아저씨가 손으로 도르래를 돌려서 옮기는 데, 석궁을 쏘기 전 그 소리에 나름 긴장되었다.

석궁을 세 발 다 맞추었지만, 세 번째 화살을 두 번째 화살을 맞추어서 표적지에 박히진 않았다.

그래도 뭔가 잘 쏜 기분이 들어서 재밌었다. 석궁 세 발에 50 코루나였다.

소호 거리까지 다 보고, 지하 감옥도 내려가 본 후, 성 아래로 내려갔다.

 

성 관람을 마친 후, 내려가기 전 찍은 사진

 

옆에 있는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다시 블타바 강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강변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여기에 백조가 엄청 많았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야생의 백조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백조가 사람을 별로 안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내가 뒤로 도망갔다.

프라하 성을 둘러본 후, 우리는 잠시 호텔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먼저 들어가면서 시설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호텔

 

호텔에서 잠깐 쉬고 나온 후, 좀 이른 저녁을 먹었다.

사실 점심을 건너 뛰었기 때문에, 점심과 저녁을 한 번에 먹은 셈이다.

 

소시지
꼴레뇨와 소시지
꼴레뇨
코젤 흑맥주

 

꼴레뇨는 독일에서 먹은 슈바인학세와 비슷한 요리이다.

다만 학세가 돼지의 발이었다면, 체코의 꼴레뇨는 돼지의 무릎을 사용한 것이 차이이다.

그리고 꼴레뇨의 껍데기가 좀 더, 아니 훨씬 부드러웠다.

여기서도 아마 맥주를 꽤 마셨는데 흑맥주가 달달하니 너무 맛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근처에 있는 하벨 시장을 둘러보았다.

사실 둘러본다는 표현이 애석할 정도로, 크기가 작다.

여기에서 사탕을 파는 상점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다양한 종류의 사탕과 젤리가 있었다.

 

다양한 사탕들

 

여기서 사탕을 사고 나가면서 핸드폰에 적어둔 인사말을 보고 읽었더니, 가게 주인이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프라하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약간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체코어를 쓰면 웃으며 잘 대해준다는 것이다.

근데 생각해보니 외국인이 나한테 한국어로 서투르게 말하면 나도 웃으며 잘 대해줄 것 같다.

 

하벨 시장에서

 

하벨 시장을 대충 둘러보고, 구시가지까지 나가보았다.

원래 조금만 가보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화약탑까지 갔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천문시계가 보수공사를 하는 중이어서 실제로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수 공사가 한창인 천문시계
화약탑
구시가지 광장
프라하의 밤거리

 

이렇게 둘러본 후 다시 호텔 근처의 카를교를 보고 이 날을 마무리했다.

낮에 본 카를교 풍경 역시 멋있었지만, 야경의 명소답게 야경 또한 멋있었다.

 

카를교 탑
카를교와 프라하성.

 

이렇게 길고 긴 프라하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하였다.

글을 다시 쓰며 기억을 더듬어보니, 프라하의 주황색 지붕들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다.

이 다음날 떠난 체스키크롬로프 역시 굉장히 멋진 도시였는데,

다음 글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