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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기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온천과 야간 침대 기차 탑승기

by idealhuni 2020. 6. 13.

이 전날까지, 11일을 쉼 없이 달려온 우리는 오전 중에 휴식을 위해 세체니 온천을 가기로 하였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었다.

빈에서 호텔 조식을 안 먹었더니 나가서 딱히 먹기도 애매하고 확실히 조식이 있는 게 편했다.

 

그냥저냥 먹을만했다.
시리얼에 요거트

 

대충 배를 채운 후, 세체니 온천을 향해 나갔다.

이 날은 오전에 온천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후에 친구와 떨어져서 자유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 호텔이 바로 앞에 있었다.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 쪽에서 버스를 탑승하고 몇 정거장 가지 않아 세체니 온천에 도착하였다.

세체니 온천 입장료는 5200 포린트.

입장 후 옷을 갈아입고 온천 안으로 들어갔다.

 

 

세체니 온천
세체니 온천에 있는 수영장. 수영모를 꼭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다.
노천 온천탕에서
날이 엄청 춥지는 않았지만, 물속에 있다가 나가면 굉장히 춥게 느껴졌다.
노천 온천탕

 

보통 온천이라고 하면 뜨거운 물을 생각하게 되지만, 이곳에서의 온천은 따뜻한 물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수온은 20도 후반을 계속 유지했다.

 

노천온천탕 옆의 전광판에 시간과 물의 온도, 현재 날씨를 표시해준다.

 

사진에 나오지 않은 반대편 건물로 들어가면, 실내 온천탕과 다양한 종류의 사우나가 있다.

대부분의 사우나가 온도가 엄청 높지 않아서 나처럼 높은 온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딱 좋았다.

각각의 사우나는 특색이 있는데 가장 특이했던 사우나는 박하향이 나는 사우나였는데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나중에는 눈이 매웠다.

꽤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하고 밖으로 나왔다.

세체니 온천의 바로 옆에 버이더후녀드 성이 있는데, 이 성은 판노니아 평원 점령 1000년을 기념하여 건립한 성이라고 한다.

그 크기가 크지는 않지만, 게임에서 볼 법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성 옆에는 회쇠크 광장, 우리 말로 영웅광장이 있다.

 

 

이 광장은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광장 중앙의 가장 높은 기둥의 위에는 가브리엘 대천사 동상이 있고,

기둥의 옆에는 마자르의 7개 부족장들의 동상이 있다.

양옆에는 반원의 형태로 헝가리의 역대 왕과 영웅들의 동상이 연대순에 따라 위치하고 있다.

 

버이더후녀드성에서 바라본 영웅광장
영웅광장

 

영웅광장을 둘러본 후, 나는 어제 본 성 이슈트반 대성당에 한 번 더 가보기로 하였다.

영웅광장에 지하철역이 존재하는데, 이 지하철 노선이 M1 노선으로 영국 다음으로 개통한 지하철이라고 한다.

확실히 오래되어서 그런지, 역의 크기도 굉장히 작고 지하철도 작고 귀엽게 생겼다.

언뜻 보면 놀이공원에서 볼법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영웅광장 역 승강장.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승강장이다.
승강장에 들어오는 지하철
지하철 내부

 

지하철을 타고 세체니 다리 근처에서 내렸다.

전 날과 다르게 날씨가 좋아서 걷기에도 딱 좋은 날이었다.

 

멀리 보이는 부다성
강변의 트램 궤도
강변을 지나가는 트램

 

사실 유럽에서 가장 좋았던 점 하나가 바로 이 트램이다.

도시 내부를 돌아다니는 트램을 보기만 해도 이국적인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다시 성 이슈트반 성당으로 걸어가는 중, 되게 크기가 작은 택시를 보았다.

차의 높이가 성인의 키보다 한참 작은 정도의 크기였다.

 

 

가는 길에 어제는 사람이 많아서 사진을 못 찍었던 배 나온 경찰관 동상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이 배를 하도 많이 만져서 배가 반질반질했다.

 

 

전 날보다 날씨도 좋아지고, 사람도 훨씬 적어서 천천히 둘러보기가 좋았다.

 

 

성 이슈트반 대성당을 다 둘러본 후, 부다페스트 중앙시장으로 갔다.

날씨도 좋고 오전에 쉬어서인지 힘이 나서 중앙시장까지 걸어갔다.

나중에 찾아보니 꽤 먼 거리였지만, 주변을 구경하며 가니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부다페스트 중앙시장까지 가면서 본 주변 풍경

 

부다페스트 중앙시장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갔던 시장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사람도 훨씬 많고, 상점수나 크기가 훨씬 커서 구경하기 더 좋았다.

 

 

부다페스트 중앙시장 정면
시장 내부 사진

 

시장을 다 둘러보고 친구를 만났다.

사실 난 뭘 살 생각은 없었지만, 친구가 와인을 사고 싶다고 하여 같이 골라봤다.

시장에서도 고르다가 주변의 와인 판매점에 갔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결국 안 샀다.

그러다가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 근처의 대형마트에 가서 한 병씩 사고 밤에 같이 마실 와인도 하나 샀다.

이 날, 부다페스트에서 체코의 프라하로 이동하는 열차를 타고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기차에서 같이 먹을 치킨을 사고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으로 이동했다.

사실 여행 준비하면서 가장 애를 먹인 티켓이기도 하고, 크게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했던 침대열차를 드디어 타는 날이었다.

예매를 계속하려는데 표는 아예 검색되지 않고, 결국 체코 철도청에서 예매를 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차가 체코 철도청의 기차라서 헝가리 철도청에서 예매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돌아온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
우리가 타고 간 열차

 

위의 사진에 sleeping car라고 적힌 객차가 우리가 사용한 열차이다.

기차의 한쪽은 복도, 나머지 한쪽 면에 객실이 있는 구조로 되어있고,

객실의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좁았고 침대 두 개가 딱 놓여있다.

그래도 세면대도 있고, 시설도 깔끔했고, 물과 수건 등 기본적인 물품이 제공되었다.

 

기차 내부 복도. 오른쪽이 객실이다.

 

침대는 딱 싱글사이즈이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우리가 있는 객실이 맨 뒤에 있는 객실로, 샤워실과 화장실은 맨 뒤에 있어서 가장 가까웠다.

샤워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했는데 기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옆의 벽에 부딪혔다.

물을 켜는 게 수도꼭지를 돌리는 게 아니라 버튼을 누르면 일정 시간 나오는 형식이어서 지속적으로 눌러주느라 불편했다.

그래도 따뜻한 물도 잘 나오고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아래 침대에서
기차 2층 침대에서

 

부다페스트를 출발한 직 후

 

우리가 탄 이 기차는 헝가리에서 바로 체코를 가는 게 아니라 슬로바키아를 지나가는 기차였다.

슬로바키아에서 내리지는 않았지만, 어찌어찌 슬로바키아도 가본 게 되었다.

 

창밖 풍경들

 

그리고 우리가 탄 기차가 가장 뒤에 있어서 기차의 뒷문을 통해 구경할 수 있었다.

 

뒷문을 통해 본 슬로바키아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난 기차를 타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많이 흔들리고 생각보다 소음도 컸지만, 잘 잤다.

아침에 기차가 일찍 도착해서 되게 아수라장이었지만, 다음 글에서 쓰도록 하겠다.

이렇게 헝가리에서의 짧은 2일간의 일정도 끝이 났다.

사실 헝가리는 처음부터 갈 생각이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이틀 정도 다른 나라 한곳을 추가해도 될 것 같아서,

오스트리아와 체코에 인접한 헝가리를 일정에 추가했었다.

또한 헝가리에서 체코로 침대 기차를 이용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아무튼 아름다운 야경과 온천에서 쉴 수 있었던 부다페스트.

어찌 보면 지칠 수 있는 시기에서 적절한 일정이었다고 생각한다.